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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아내, 2021

1. 스파이의 아내 줄거리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는 고베 시의 물산 회사의 대표로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아내 사코토(아오이 유우)는 유사쿠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유사쿠와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헌병대장이 되어 돌아온 타이지는 유자쿠를 찾아가 군이 주시하는 외국인과 교류하지 말라고 한 후 외제 물건들을 즐겨 사용하는 옛 친구 사코토에게 충고를 한다. 

유사쿠는 영화를 만드는 취미가 있는 부르주아로, 조카 후미오와 아내 사코토를 배우로 출연시킨다. 유사쿠와 후미오는 사업차 만주국으로 향하고, 거기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만다. 일본의 731부대 흑사병을 퍼뜨리기 위해 생체 실험을 일삼고, 시체들을 쌓아놓은 광경을 보고 그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영화로 기록한다.

유사쿠, 후미오는 둘만 일본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간호병으로 일하던 히로코와 함께 돌아왔다. 그런데 히로코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타이지는 사코토를 불러내 히로코의 존재에 대해 알리고, 유사쿠와 사코토 사이를 이간질한다. 사코토는 히로코가 남편의 내연녀라고 의심한다. 유사쿠는 절대 만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코토는 여관에 묵고 있는 후미오를 찾아가지만, 후미오는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후미오는 절망에 빠진 채 직접 보기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한다. 후미오는 자신이 번역한 노트를 사코토에게 주며 유사쿠에게 전해달라고 말한다. 사코토는 유사쿠를 추궁하고, 유사쿠는 비밀 금고 안에 노트를 넣는다. 유사쿠는 사코토에게 자신이 본 것을 말한다. 히로코는 731부대의 만행을 알리려던 군인의 내연녀였으며 미국에 가서 알리려고 같이 입국한 것이라 얘기한다. 사코토는 유사쿠가 하는 행위는 매국이며, 자신은 매국노의 아내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유사쿠는 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

사코토는 유사쿠 몰래 비밀 금고를 연다. 금고 안에 있던 생체 실험의 증거인 노트와 필름을 본 사코토는 노트를 타이지에게 넘긴다. 국가를 배반했다는 이유로 후미오는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손톱이 모조리 뽑힌다. 유사쿠는 집에 돌아와 사코토에게 화를 내지만, 사코토는 결연한 표정으로 필름을 다시 영사한다. 그리고 대의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사코토는 후미오가 자신의 외삼촌을 공범으로 지목하지 않을 거란걸 알고 있었기에 남편 유사쿠를 보호하기 위해 후미오를 밀고한 것이다. 사코토는 유사쿠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하고, 유사쿠는 미국에 가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히로코와 온 것이라고 말한다. 사코토는 자신이 유사쿠와 함께 가겠다고 한다. 유사쿠와 사코토는 미국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엔화를 모조리 귀금속으로 바꾸고, 따로 미국에 밀항할 계획을 세운다. 유사쿠는 상해에 들러 또 다른 증거를 챙기고, 사코토는 미국행 배의 화물칸에 몰래 숨어 필름을 가지고 미국에 가기로 한다. 유사쿠와 사코토는 헤어져 각자의 항로로 간다. 사코토는 미국인의 도움을 받아, 화물 상자에 숨어 있었다. 조그만 구멍에 의지해 밖을 보던 사코토는 일본군이 배에 들이닥치는 것을 보게 된다. 일본군의 추궁에 결국 미국인들은 사코토의 위치를 알려주고, 상자 속에 있던 사코토는 발각된다. 타이지 앞에 끌려와 추궁을 당하던 사코토는 타이지에게 본성은 좋은 사람이지 않냐 말하고, 흥분한 타이지는 사코토의 뺨을 때린다. 그리고 헌병들이 모여 사코토의 필름을 영사한다. 그런데 필름에 담긴 것은 일본군의 만행이 아니라 유사쿠가 촬영한 사코토가 출연한 영화였던 것이다. 남편이 의도적으로 가짜 필름을 자기에게 준 것을 안 사코토는 헌병들을 향해 웃으며 "훌륭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정신병원의 여인들은 남자들은 다 죽었다고 말한다. 유사쿠와 친밀하던 노조키 교수는 사코토를 면회한다. 노조키 교수에게 사코토는 유사쿠의 안위에 대해 묻고, 노조키는 유사쿠의 소식은 모르며, 인도의 봄베이에서 봤다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노조키 교수는 사코토를 정신병원에서 나오게 하고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하겠다고 하지만, 사코토는 거절한다. 그리고 자신은 미치지 않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미쳤다고 말한다.

사코토를 제외하고 모두가 잠든 밤에 미국의 공습이 시작되고, 여인들은 모두 탈출한다. 사코토는 천천히 맨발로 걸어 나와 잔해 속을 지나간다. 해변에 다다른 사코토는 통곡을 한다.

(엔딩으로 자막이 나온다)

유사쿠는 1년 뒤에 죽었으나, 사망 기록에 위조된 흔적이 있다.

사코토는 미국으로 떠난다.

 

2. 후기

세계대전이라는 전세계적인 공황 상태에서도 부유한 삶을 이어가는 유사쿠 부부를 보며 조금 씁쓸했다. 식민지의 조선의 상황을 생각하면 전쟁으로 얻은 일본의 번성에 화가 난다. 

유사쿠는 일본군의 만행을 목도하고 자신의 정의감을 불태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 떠나려고 하는 그의 마음이 감동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매끄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정의를 지킬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이 한편으로 기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에 가 모국의 만행을 알리려던 남편을 저지하던 사코토가 필름을 보고 나서야 남편의 뜻을 따르는 부분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사코토는 유사쿠가 말해준 것들을 진심으로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유사쿠를 위해 후미오를 밀고한 사코토의 과감한 행동도 당황스러웠다. 사코토가 품은 유사쿠에 대한 사랑이 집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유사쿠와 미국에서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은 사코토의 기쁜 표정은, 스파이 활동을 결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명랑해보인다.

한편 사코토에게 가짜 필름을 준 유사쿠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코토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사코토를 붙잡히게 하는 것이 자신의 미국행을 안전하게 하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유사쿠를 위해 후미오를 가차 없이 밀고해 버린 사코토의 확고한 마음에 비해 유사쿠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 사코토의 절규는 전쟁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남편과의 삶을 살 수 없음에 대한 절규인 것일까, 자신을 배반한 남편에 대한 원망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