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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과 상상/줄거리/후기/결말/하마구치류스케/일본영화
    영화리뷰 2023. 4. 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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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과 상상, 2021 제작

    1. 우연과 상상 구성

    1부: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魔法(よりもっと不確か)

    친구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힌 남자가, 2년전 헤어진 전 남자친구였다는 걸 알게 된 여자의 이야기.

    2부: 문은 열어둔 채로 扉は開けたままで

    50대에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대학교수에게 낙제당한 남학생이 복수하기 위해 여자를 교수실로 불러들이게 된다.

    3부: 다시 한번 もう一度

    센다이시, 레즈비언인 여성이 한때 짝사랑했던 옛 동창과 20년만에 만나 추억을 회상한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2. 자세한 줄거리와 느낌

    1부: 사실 처음에는 메이코 역의 후루카와 코토네가 너무나 동안이라서 청소년 모델인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츠구미와 메이코의 대화를 친구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성인 여성이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설명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인해 전혀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둘은 성인이였고 심지어 츠구미가 얘기했던 '카'는 메이코의 전 남자친구였습니다. 츠구미가 말해준 바에 의하면 '카'는 전 애인의 바람으로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메이코는 이 말을 듣고 바로 '카', 카즈키에게 곧장 갑니다. 카즈키는 갑작스런 메이코의 반응에 난처해하지만, 이내 메이코의 투정에 태도가 다정해집니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메이코는 카즈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나가버립니다.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우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츠구미와 메이코가 함께 있을 때 카즈키와 마주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츠구미가 '카'를 메이코에게 소개하자 메이코는 보란듯이 바로 자신와 '카'의 사이를 밝힙니다. 후루카와 코토네 배우의 마스크가 굉장히 인상적이여서 그녀의 연기와 함께 독특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모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공포 회피형의 아이 같았습니다.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안기고 동시에 기울어진 마음의 저울을 걷어차버리는, 소위 일본에서 말하는 '소악마'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스스로 모두에게 버림받기를 자처하고 안심하면서 동시에 슬퍼하는 경계선 장애의 모습 같기도 하고요. 영화 내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저는 정신적으로 타인에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인 것을 모르고 봤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이게 호평을 받은거지. 완전 짜증나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2부가 있었습니다.
     
    2부: 2부 역시도 아슬아슬하고 간질간질 했지만 꽤 재밌었습니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세가와 교수에게 사사키는 취업을 위해 학점 교체를 부탁하지만, 세가와는 거절합니다. 심지어 세가와의 사무실은 늘 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사무실 근처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사사키의 무릎꿇은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학점 때문에 아나운서가 되지 못한 사사키는 잠자리 상대인 나오에게 세가와 교수에 대한 복수를 도와달라 요청합니다. 나오는 아이가 있는 유부녀지만, 사사키와 은밀한 만남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나오는 세가와 교수의 글을 좋아하며 그에게 악감정이 없었지만 결국 사사키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리고는 세가와의 사무실에 가 세가와 교수의 글을 읽습니다. 글 중에 성적인 표현이 나오는 부분을 읽고 성적인 질문을 하고 자신의 성도착증에 대해 얘기합니다. 세가와 교수는 당황하여 나오에게 거리를 두지만 나오를 위로해줍니다. 나오는 세가와 교수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자신이 녹음을 한 사실을 고백합니다. 교수는 나오를 용서해주며 대신 낭독을 다시 듣고 싶으니 녹음본을 달라 요청합니다. 그리고 나오는 집에 와 교수에게 녹음파일을 전송하기 위해 메일을 씁니다. 메일을 막 보내려던 도중 아이와 남편이 돌아와 "사가와, 사가와"라고 말합니다. 나오는 메일에 '세가와'가 아닌 '사가와'를 입력해버리고, 바로 전송합니다. 
    시간이 지나 사사키와 나오는 버스에서 만나게 됩니다. 사사키는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나오가 과거에 메일 전송을 실수하여, 세가와 교수가 추문에 휩싸이고 결국 교수직에서 해임된 것을 얘기합니다. 나오가 이혼하게 된 것도요. 사사키는 나오를 살살 약올립니다. 나오는 사사키에게 갑작스레 키스를 하고 자신의 명함을 전해줍니다. 사사키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오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세가와'를 '사가와'라고 적는 실수를 하는 순간, 정말 감탄했습니다. 정말 우연한 일이고, 정말 상상 속의 일이면서도 현실적인 일입니다. 나오는 얼마나 많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될까요. 1부의 메이코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럼에도 2부를 보며 왠지 산뜻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메일을 잘못 보냈다는 깜찍한 사건과 더불어 뒤에 나올 이야기가 기대되는 결말 때문입니다. 나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두 사람의 인생을 망친 사람과의 우연한 사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3부: 나츠코는 동창회에 가기 위해 센다이 시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동창회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데면데면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어떤 사람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나츠코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으로 내려가다가, 역에서 올라오는 아야와 마주칩니다. 한껏 반가운 얼굴로 아야에게 기다리라고 합니다. 나츠코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며 아야를 반가워합니다. 얼떨결에 나츠코는 아야의 집에 따라갑니다. 그런데 둘의 대화는 너무나 반가워했던 표정과는 달리, 피상적인 얘기만 반복합니다. 나츠코는 그 상황을 참지 못하고 아야에게 할 말이 없냐고 따져 묻지만, 아야의 대답은 뜻밖입니다. 아야는 나츠코가 기억에 안난다고 합니다. 나츠코는 황당해하지만 아야는 진지하게 만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두 사람은 다른 학교를 다녔고, 아는 사이가 아니였습니다. 아야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나츠코가 아는 체를 하자, 아야는 얼떨결에 아는 사람인줄 알고 반가워했지만 도무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였습니다. 알고보니 나츠코는 학창시절에 사귀던 동성 연인이 자신이 대학에 가자 헤어졌으며 그 후에 연락이 안되었던 것입니다. 아야는 낙담하는 나츠코를 위해 역할극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정성스레 나츠코의 전 연인을 연기합니다. 둘은 다시 역 근처에서 헤어지기로 합니다. 아야는 자신이 착각했던 나츠코와 닮은 아는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고 했지만 나츠코와 헤어져 내려가던 순간 다시 생각납니다. 그리고 나츠코에게 뛰어가 그 이름은 '노조미'였다고 말합니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첫사랑의 얼굴을 잊을 수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절대 잊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의 얼굴이 변하는 과정을 보면 이제는 납득이 됩니다. 어쩌면 나츠코는 애인을 너무나 그리워해서 비슷한 인상을 가진 사람을 보자마자 환희에 차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츠코의 우연한 실수가 밝혀지고, 둘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가 되지만 아야는 나츠코에게 나츠코가 말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게 합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츠코의 마음을 알아왔던 사이처럼,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연기합니다. 나츠코가 센다이 시를 떠나며 아야와 헤어질 때, 저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런 추억과 경험이 없는 사이임에도 순식간에 서로에게 감정을 털어놓은 견고한 믿음이 흩어질 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아야도 같은 마음이였는지 나츠코를 붙잡습니다. 중년의 두 사람이 처음 본 사이에 우정을 쌓는 것은 정말로 상상 속의 일입니다. 둘은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나츠코는 아야가 자신의 애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처음 본 사람에겐 솔직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처럼요. 저는 그래서 친분이 생기는 순간 두 사람은 이제 더 깊은 얘기는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3. 총평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소소하게 발칙해서 재밌었습니다. 감독의 다른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를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우연은 사실 거대한 운명의 한조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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